내가 CSM(Certified Scrum Master) 자격증을 딸 때 강사가 볼포인트 게임을 소개했다. 볼포인트 게임은 사람의 수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데, 보통 10~15명 내외의 인원이면 적당하다. 볼포인트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1. 박스에 들어있는 공을 빈 박스로 옮겨, 옮긴 공의 수만큼 점수를 획득한다.
  2. 공을 전달 할 때는 공이 반드시 공중에 떠 있는 시간(air time)이 있어야 한다.
  3. 팀의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한 번 이상 공을 다루어야 한다.
  4. 마주하는 팀원에게 공을 전달할 수는 있으나, 나란히 서있는 팀원에게 줄 수는 없다.

게임은 총 10세트(세트는 줄여도 상관없다) 2분씩 진행되고, 각 세트가 끝날 때마다 1분씩 회의를 할 시간이 주어진다. 매 세트가 시작되기 전 팀원들은 상의를 통해 몇 개의 공을 옮길 수 있을지 예측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팀원들은 정신없이 공을 전달한다. 보통은 상대팀보다 많은 득점을 하기 위해 속도를 올린다. 그러나 공을 얼마나 많이 옮기는지는 볼포인트 게임의 주요 목표가 아니다. 볼포인트 게임을 통해 애자일이 추구하는 가치나 방법론에 대해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Estimation

모든 프로젝트에서 산정은 중요하다. 애자일에서 역시 산정은 중요하다.

Respondng to Change Over Following a Plan

계획에 따르기 보다 변화(변경)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애자일의 네 가지 가치 중 하나인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애자일 가치가 아닐까 한다. 이 말은 계획없이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계획할 수 있는만큼 계획하고, 그럼에도 변화가 생기면 기꺼이 변화를 수용하라는 뜻이다. 계획할 수 있는만큼 계획하려면, 당연히 그 주기는 짧아야 한다. 1년 후를 정확히 예측하고 계획하는 것은 애자일의 정신이 아니다. 반면 PSI나 스프린트 정도의 계획은 세울 수 있다. 애자일에서의 산정은 비교적 짧은 주기로 이루어 지는 특성이 있으며, 계속해서 계획이나 산정치는 수정될 수 있다.

볼포인트 게임의 시작 전 팀은 자신들의 점수를 예측하여 산정한다. 세트가 진행될 수록 팀이 예측한 점수와 실제 득점한 것이 비슷해져 간다면, 팀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트가 거듭될 수록 팀은 자신들이 얼마나 빠르게 일할 수 있을지(velocity)를 깨닫는다. 자신의 속도를 알게되면 산정의 정확도는 갈수록 높아진다.

Self-organizing Team

첫 번째 세트는 팀원끼리 의논할 시간도 없이 게임이 바로 시작된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시작된 게임에서 팀원들은 우왕좌왕 한다. 첫 번째 세트가 끝나고 팀원들은 1분 간 논의를 한다. 이 짧은 논의에서 팀원들은 더 나은 전략을 수립한다. 세트가 진행될 수록 팀원들 간의 호흡이 좋아지고, 더 나은 전략을 사용해 성공하는 공의 갯수가 늘어난다.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더 나은 팀이 되는 것을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다.

점차 강해지는 팀

Error Ratio

볼포인트 게임을 하다보면, 속도에 치중해 볼을 흘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빈 박스로 공을 옮기는 것 못지 않게, 공을 흘리지 않는 것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 공을 많이 옮겨 담는 것이 결과물(deliverable)이라면, 옮겨 담는 과정에서 흐르는 공은 실패율(Error Ratio)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실패율을 낮추는 것은 전체 결과의 품질을 올리는 것이기도 하다.

 

 

번외로, 볼포인트 게임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개인의 성향도 볼 수 있다. 볼포인트 게임의 심판을 보다가 한 팀을 관찰하게 되었다.

A씨는 처음 박스에서 공을 꺼내는 역할이었다. 그는 받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편하게 받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펌프가 물을 뽑아 올리듯이, 받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공을 박스에서 꺼내 위로 던져 올렸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람과 사람 간 전달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공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있으며, 시간을 최소화하고, 실수도 줄이라면, 상대의 손 약간 위에서 공을 살짝 떨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A씨는 공을 떨어뜨리는 팀원들을 보며, “어이! 똑바로 안해? 오늘 회식은 취소야!”라고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수평적인 구조가 대전제인 애자일 교육에서(심지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팀원에게 명령을 하고, 회식을 업무에 대한 보상, 또는 벌이라고 생각하는 꼰대 마인드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꼰대 신입은 자라서 꼰대 부장이 된다

이 외에도 집중을 하는 상황에서 각 개인은 자신들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었다. 볼포인트 게임을 면접장에서 한 번쯤 활용해 보면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소문이 나는 순간 지원자들은 볼포인트 게임 마스터가 된 채로 지원하겠지만;

이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애자일의 중요한 가치를 느껴볼 수 있는 볼포인트 게임의 소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