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원죄

2000년대 초기까지는 Daum(현 카카오)이 포털 중에 1위였다. 인터넷의 초창기에 이메일은 당연히 한메일이었고, 카페도 역시 다음카페였다. 그런데 2004년 경 네이버는 전지현을 등장시키는 광고에서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라는 대사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이 광고는 기존의 최강자였던 Daum을 견제하고, 네이버 카페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함이었다. 이 재미있는 광고를 통해 네이버의 방문자 수는 2배 가량 증가했다. 2등 주자로서 착실히 인지도와 실력을 쌓은 네이버는 현시점 국내 최고의 포털이 되었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국내에서 네이버가 검색환경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환경을 장악했다는 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첫번째로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네이버를 통해 검색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포털로서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은 네이버 서비스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훌륭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를 불러 모았다는 점은 칭찬할만 하다. 그러나 두번째 의미로서의 장악은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원죄나, 대한민국 정치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김영삼의 삼당합당만큼이나 대한민국의 IT 환경을 망쳐놓은 황소개구리 같은 짓이었다.

검색엔진이 아닌 서비스포털

엄밀하게 말하면, 네이버는 ‘검색엔진’이 아니라 ‘서비스포털’이다. 네이버는 자신의 서비스 안에 있는 자료들을 검색하여 그 결과를 보여준다. 네이버에서 검색된 자료는 한정된 자료이며, 가공된 자료이다. 네이버가 한정되고, 가공된 자료를 검색결과로 보여주는 이유는 네이버 서비스의 생존을 위해서다. 한정되었다는 것은 네이버의 검색결과가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의 자료에 가중치를 두어 우선적으로 노출 시킨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검색 패턴에 따르면, 사람들은 검색결과의 2~3페이지 이내에 있는 결과에만 관심을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자사의 서비스들을 우선순위를 높여 페이지 상단에 표시한다면, 이는 한정된 자료만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사람들은 네이버에서 검색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네이버 서비스(블로그, 카페)에 자료를 올리고,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의 자료들을 뽑아서 보여준다. 이 반복되는 악순환은 네이버의 폐쇄성을 만든다. 네이버는 이러한 폐쇄성을 통해 국내에서 자신의 독점적인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

가공된 자료라는 것은 네이버가 자료에 MSG를 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리미어리그’를 구글과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구글의 ‘프리미어 리그’ 검색결과
네이버의 ‘프리미어 리그’ 검색결과

진정한 검색엔진인 구글은 간략한 프리미어리그의 일정을 보여주는 테이블을 표시하고, 그 바로 아래에 프리미어 리그의 공식 사이트를 보여준다. 반면, 네이버는 프리미어리그의 일정 외에 구단순위, 선수순위, 하이라이트 등을 보여주며, 그와는 별 상관도 없는 뉴스토픽을 오른쪽 화면에 보여준다. 네이버는 국내에 특화되어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정보를 가공해 준다. 이것은 얼핏 보면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화시켜 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네이버의 폐쇄성을 강화하고, 네이버의 입지를 공고해 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인터넷에서의 힘은 사이트로 흘러들어오는 트래픽의 양이다. 네이버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 정보들 역시 네이버의 생태계 안에 있다. 관련 정보를 클릭하면 할수록 네이버의 유입 트래픽이 증가하여 네이버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반면, 구글은 자신은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소유자의 사이트를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구글이 모든 트래픽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각 정보의 생성 주체들이 트래픽을 가져가는 공생의 구조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네이버만이 수익을 올리게 된다는 뜻이다. 네이버의 전략은 국내 장악일 것이다. 더욱 더 폐쇄적인 환경을 만들어 국내에서는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려 할 것이다. 나는 결국은 네이버가 구글에 무너질 것이라 예측한다. 극히 특이한 경우(자신들의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축한 애플)를 제외하고는, 폐쇄적인 서비스가 개방적인 서비스를 이기는 경우를 딱히 보지 못했다. 구글이 한글 검색의 성능을 점차 개선해가고 있다는 점도 네이버에게는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블로그를 만든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구글과 네이버에서 내 블로그를 검색해 보았다. 검색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난다.

구글에서 내 블로그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모든 글들이 검색된다.

‘typora 에디터’로 검색한 결과 첫번째 페이지에 내 블로그의 글이 검색된다. ‘벤츠CLS리뷰’라는 검색어에는 수많은 글 중 2페이지에 내 글이 표시된다. ‘절박감 목표’라는 검색어에 내 글이 가장 위에 표시되는데, 국민일보의 글보다 더 위쪽에 표시된다는 것에서 내 블로그의 순위가 꽤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회사에 좀비’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했더니, 조회수가 1만 5천건에 달하는 나의 인기글이 당당하게 위에 자리하고 있다.

반면에 네이버에서 내 블로그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웹문서 항목으로 글들이 검색된다. 가장 일반적인 검색결과이지만 네이버에서는 가장 찬밥 취급을 받는 항목이다. 네이버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사의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의 결과를 아주 사랑한다.

 

정확하게 문서의 제목 ‘회사에 좀비가 살고 있어요’를 입력했지만, 네이버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웹문서 항목으로 들어가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아까 내 사이트 전체를 검색했을 때 항목이 있었음에도, 특정 제목으로 검색했을 때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첫화면에 ‘카페’, ‘블로그’, ‘웹툰’, ‘부동산’, ‘영화’ 이런 메뉴들이 나오는 네이버가 검색엔진인 척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네이버의 이해할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저품질 블로그로 찍힌 블로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도 포함 이런 블로거들은 티스토리나 워드프레스 등의 설치형 블로그로 이사를 간다.

‘네이버,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안녕~’

전지현의 광고가 나온지 십년이 훨씬 지난 지금 시점에 내가 네이버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