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웬만한 지역은 24시간 내로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지리적인 특성은 국가 간의 관계나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 GOOD

중국, 미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 중동, 한반도 등 각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그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건을 나열하는 것보다 그 사건들이 지리적인 특성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는가 설명을 하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BAD

이건 굳이 책 자체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유럽 파트의 경우 나라가 워낙 많다보니 이야기가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흔히 생각하는 지리는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쌀이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을 묻는 시험 문제라든가, 겨울의 기후가 따뜻한 지역을 묻는 시험 문제 등이 출제 되었는데, 이런 질문들은 나에게 지리는 단순히 암기를 하는 과목이라는 편견을 덧씌울 뿐이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교육 환경의 고질적 문제인 입시 위주로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교과서는 보통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을 늘어놓을 뿐이라, 각 부분부분을 연결할만한 고리가 없다. 떨어진 고리를 연결해 주는 것이 개연성이고, 개연성으로 연결된 부분들은 이야기가 된다. 쌀이 많이 나는 지역이 어느 지역이었고, 그 지역의 높은 쌀 생산력은 인구의 증가를 가져 왔으며, 먹을 걱정이 없어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문화는 어떤 문화였는지 설명을 해주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겨울의 기후가 따스해 쌀과 콩의 이모작이 가능했던 지역에서는 그로 인해 어떤 생활의 변화가 생겼는가 하는 점을 개연성 있게 설명해 주었다면, 나는 지리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인 ‘지리의 힘’은 나의 관심을 끌었다. 단순한 ‘지리’가 아니라 지리로 인해 ‘힘’이 생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운 것이다.

이 중 최근 세계 최강대국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부분이 재미있었다. 티베트의 독립과 대만의 독립 등은 종종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조명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그 이면에는 지리와 얽힌 좀 더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산맥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은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를 자국의 영토라 주장하고, 인도는 중국이 자국의 악사이친을 무단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현실적인 국경이 티베트라 생각할 때, 중국이 티베트 지역을 점령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구는 최대의 국력이므로, 중국과 인도가 미래에 충돌을 할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것이다. 중국이 티베트을 선점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인도가 티베트 지역을 점령할 수 있다. 티베트에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메콩강의 수원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인도가 티베트를 점령한다면, 이것은 중국의 숨통을 쉬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의 사람들이 티베트의 독립문제를 민족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중국은 이 문제를 지정학적 안보 문제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이제 해양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대륙 내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던 중국이 해양의 대국으로 거듭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군사적움직임이든 상업적 움직임이든 원활한 해상로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 남중국해의 패권을 놓고 중국이 강력한 행보를 거듭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위의 지도를 보면 중국의 해상 진출이 얼마나 답답한 상황인지 보인다. 중국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프 만의 산유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베트남과 필리핀을 지나야 한다. 베트남이 최근 들어 미국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고, 필리핀은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이다. 그 다음으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가 마주보고 있는 말라카 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이 세 나라 또한 외교적, 군사적으로 미국과 연결되어 있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도 일본을 지나야 한다. 이런 점들을 보며, 중국이 해상으로 지나는 나라들이 모두 미국과 가까운 나라라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미국과 중국 주변국들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중국 주변국들이 비빌만한 언덕이 없다면 결국 강력한 중국에게 흡수될 것이다. 중국의 주변국들이 모두 중국에게 넘어가 중국의 해상 진출이 자유로워 진다면, 현재 최대 해상 패권국인 미국이 불안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주변 국가들은 미국과 손을 잡고 다 같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 아닐까.

최근에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사드를 배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미국에서 강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미국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곤란하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 시점에 사드 배치를 강요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진출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전통적 미국의 우방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옳을까? 나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드배치를 받아주며 최대한 대한민국의 이익을 얻어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지정학적’ 위치로, 중국이 해상진출을 하기 위해 최적의 조건이다. 중국의 역사나 중화사상으로 봤을 때, 그들은 대한민국을 일개 변방의 속국 정도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북한에 차차 영향력을 높여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의 중국을 막아내려면, 미국과 연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 이것이 반중, 친미와 같은 단순한 편가르기가 아니라 외줄을 타듯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현명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리에 대한 책을 읽으며, 남중국해나 사드 등에 대한 중국의 광폭 행보가 단순히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행동이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상대의 의도와 의중을 파악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독서는 그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을 유발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때 더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국제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져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