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서열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다 보면, 강아지들 간의 서열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탕이가 약 2.2kg, 콩이가 약 1.7kg이 나가는 상황이라 체급차이가 꽤 난다. 둘이 태어난 날짜도 열흘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생후 4개월 정도까지는 열흘 언니인 콩이가 서열이 높았다가, 그 후로는 탕이가 콩이에게 지고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인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탕이와 콩이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온다. 탕이가 언제나 먼저 달려와 안기고 뽀뽀를 한다. 어쩌다가 콩이가 위치선정을 잘해 주인에게 먼저 달려 오더라도, 뒤에 달려 온 탕이에게 몸싸움에 밀려 튕겨져 나간 후, 뒤에서 멋쩍은 듯이 스키니 여우를 물고 머뭇거린다.

 

 

이것보다 둘의 서열이 더 확실히 보이는 것은 밥을 먹을 때이다. 콩이가 어쩌다가 먼저 밥을 먹으려 하면, 탕이가 이내 달려가서 콩이를 밀어내고 밥을 먹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콩이는 아무리 밥을 먹고 싶어도, 탕이가 먼저 먹을 때까지는 밥을 먹지 않는다. 탕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옆으로 가서 다소곳이 앉아서 명시적으로 줄을 선다. 탕이가 충분히 사료를 먹고 뒤로 빠지면 그 때부터 콩이가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강아지도 양보를 할까?


탕이와 콩이는 같은 집에서 태어났다. 둘은 의지를 많이 하고 지낸다. 추운 겨울이면 둘은 하나의 집에 들어가서 꼭 붙어서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서로 눈과 귀를 깨끗이 핥아주기도 한다. 평소에 콩이를 언제나 견제하는 탕이가 때때로 콩이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으로 탕이가 콩이를 배려하는 모습을 관찰한 것은 콩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다. 보통 강아지들이 감기에 걸리면 따뜻한 꿀물을 타서 주면 도움이 된다. 콩이가 기침을 하며 켁켁거리길래 꿀물을 타 주었다. 타주는 김에 예방 차원에서 탕이에게도 꿀물을 줬다. 콩이가 허겁지겁 꿀물을 마시더니, 탕이가 먹고 있는 그릇 근처로 갔다. 그랬더니 탕이는 꿀물을 마시다가 뒤로 물러섰다. 콩이는 탕이 그릇에 있는 꿀물까지 깨끗이 마셨다. 콩이가 꿀물을 다 마시고 자리를 뜨자, 탕이는 다시 자기 그릇으로 가서 꿀물이 남아있지도 않은 그릇을 계속해서 핥았다. 평소에 콩이보다 항상 먼저 사료를 먹는 탕이의 행동으로 보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오늘은 사료를 먹을 때 탕이가 또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료를 하나의 그릇에 충분히 담아놓고 탕콩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도록 자율급식을 한다. 그래서 탕콩이는 딱히 식탐이 없고, 탕이가 식사를 하면 그 후에 콩이가 하는 식으로 질서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오늘은 탕이와 콩이가 밥을 동시에 먹고 있었다. 보기 드문 장면이라 관찰을 해보았더니, 사료 그릇에 사료가 조금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평소에 탕이가 먹는 양만큼 먹으면, 콩이가 먹을 사료가 남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탕콩이는 평소와 다르게 둘이 같이 사료를 먹었고, 탕이는 콩이를 밀쳐내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충분치 않은 양을 둘이 같이 먹었음에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인지 둘은 사료를 조금 남겨 두었다.

 

 

강아지를 키워보면 강아지의 사려깊음에 놀라게 될 때가 많다. 우리의 생각을 이해하고, 우리의 기분에 공감해 주는 녀석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