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쿼시를 처음 치게 된 것은 2003년 경으로 기억한다. 부산에서 지낼 때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꾸준히 스쿼시를 쳤다. 스쿼시는 운동량도 많지만, 운동 자체의 재미가 대단하다. 나는 누군가가 스쿼시가 재미있는지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고는 했다.

게임을 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게임을 칠 정도의 수준이 되면 평생 끊을 수 없을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이렇게 스쿼시 신봉자였던 내가 최근 스쿼시를 치는 것이 뜸해졌다. 체중이 늘어난 것은 그에 따른 덤이다. 매달 탄천종합운동장에 등록하던 것을 까먹고 등록을 하지 않기도 하고, 스쿼시장에 가는 것이 그렇게 설레지가 않았다. 점차 운동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면서, 왜 내가 스쿼시를 예전처럼 즐기지 않게 되었는지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생겼다.

 

첫째는 운동 스타일의 변화다.

아주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좀 심하게 해 온 탓에, 나는 운동 자체에 대해 내성이 생겨있다. 한참 스쿼시를 칠 때는 두 시간 정도를 쳐도 별로 힘이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것은 운동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줄어든 운동 시간과 더불어 내 스쿼시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 것도 한 몫 했다. 스쿼시를 적당히 쳤을 때는 드랍을 치거나, 보스트를 쳐서 상대를 속이는 것이 재미있었고, 미친듯이 앞으로 달려갔다가 뒷쪽 구석으로 갔다가 무리한 자세로 공을 살려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자연히 운동량도 많아지는 식으로 게임을 즐겼었다. 그런데 조금 더 운동을 하면서, 공이 죽지 않게 계속해서 랠리를 치고, 로빙 등으로 플레이의 템포를 줄이는 등의 게임을 치다보니, 내가 티존에서 벗어날 일도 별로 없고, 무리한 동작을 하는 경우도 줄었다. 더 바른 방향으로 게임 스타일을 바꾸었는데, 운동량도 줄고 게임에 대한 흥미까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와 버린 것이다.

둘째는 들이는 노력의 변화다.

정자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6시에 퇴근을 하고 스쿼시장으로 가면 6시 30분 전에는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5년 초 강남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점차 스쿼시장에 가는 자체가 일이 되었다. 6시에 퇴근을 해서 최대한 노력을 하면 7시 10분 정도에 스쿼시장에 도착을 할 수 있었는데, 한 시간이나 걸려 스쿼시장에 간다는 것이 갈수록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강남에서 운전을 하면, 구룡터널까지 가는데 40분 가량 걸리고, 탄천 스쿼시장까지는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차 트렁크에 라켓과 스쿼시화를 넣어 다녀야 하는데다가, 탄천 종합운동장이 차 없이 가기에는 위치가 애매하여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데, 퇴근 후에 40분 운전을 하여 스쿼시를 치고, 그 후에 또 운전을 해서 9시 넘어 집에 와야 하는 상황이 너무 부담스럽다. 헬스장도 마찬가지이지만, 운동을 하는 장소가 접근성이 좋을수록 운동 갈 마음 먹기가 수월하다. 스쿼시장까지 갈 마음을 먹기가 부담이 커져버린 것이다.

마지막은 내 생활의 변화다.

결혼을 하면서 집에는 뷰엉이가 기다리고 있다. 미혼일 때는 회사를 마치고 내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의 루틴이었다. 1~2시간 운동을 하고 집에 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고, 굳어버린 습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뷰엉이 덕분에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심해졌다.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있는 것도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집에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를 부추긴다. 스쿼시장에서 스쿼시를 치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벌써 집에 있으니 스쿼시가 재미있을리가 없지.

하숙집에 있을 때는 일할 시간만을, 일을 할 때는 하숙집으로 돌아갈 시간만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고있는 셈이다.
11분 – 파울로 코엘료

이런 이유들로 스쿼시가 딱히 흥미롭지 않다. 스쿼시장에 70대 노인들도 보이길래, 나 역시 꾸준히 관리를 해서 평생 칠 줄 알았는데, 흥미가 떨어져 버렸다. 흥미가 떨어지니 게임을 치는 빈도가 떨어지고, 따라서 체력도 떨어지고 게임은 더 안 풀리니 흥미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까지 생겨 버렸다. 10년 이상 해왔던 스쿼시를 제외하고, 꾸준히 할 수 있으며, 운동량도 충분한 새로운 운동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