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내가 원래부터 어른은 아니었듯이, 쓰레기도 원래부터 쓰레기는 아니었다. 시간에 의한 쓰임새의 변화 등이 쓰레기를 쓰레기로 만들었다. 어느 날 밤, 쓰레기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쓰레기의 탄생을 곱씹어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것들을 쓰레기라 부르는지 생각해봐야 했다. 바나나껍질, 과자포장지, 깎은 손톱, 음식물 남은 것, 생선뼈, 코를 푼 휴지… 몇몇 쓰레기를 떠올리다가 그것들의 공통점을 찾아 그룹을 지어 보았다.

싸고 있는 것

과자를 싸고 있던 포장지를 벗겨내고 과자를 냠냠 먹는다. 그러면 과자를 싸고 있던 플라스틱, 또는 종이 상자는 쓰레기가 된다. 귤을 까서 냠냠 먹는다. 그러면 귤 껍데기는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는 무언가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호의 임무가 끝나면 쓰레기라 불린다. 박스에서 쓰레기로, 껍질에서 쓰레기로 전환되는 용어의 변화가 흥미롭다.

중심에 있는 것

사용을 하다가 마지막에 남는 것도 쓰레기가 된다. 생선의 살을 발라 먹다가 뼈가 나온다. 복숭아를 먹다가 마지막에는 씨가 나온다. 뼈와 씨는 중심(core)이다. 뼈는 동물의 몸을 이루는 기초 구조이며, 씨는 식물을 만들어 내는 시초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쓰레기로 변하는 것도 재미있다.

변해버린 것

순살 치킨을 시켜 남기거나, 수박을 먹다가 남기면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게 된다. 음식물 쓰레기의 재미있는 점은 사람의 욕망이나 시간에 따라 속성이 변한다는 점이다. 치킨 배달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처음 집어 든 순살치킨 조각과 음식물 쓰레기가 된 순살치킨은 애초에 같은 것이었다. 지나친 것들은 잉여가 되어 쓰레기가 되었다.

쓰레기들

태초부터 쓰레기였던 것은 없다. 때로는 쓰임을 다해서, 또는 시간에 따라 쓰레기로 변했다. 지나치게 겉에 가까운 것도, 지나치게 중심에 가까운 것도, 불필요하게 존재하는 것들도 쓰레기라 불리게 되었다. 지나치게 권력에 가까이 가지 말 것이며, 권력을 보호하려 싸고 감싸지도 마라.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도 마라 쓰레기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