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기덕
출연
오영수, 김기덕, 김영민, 서재경, 하여진
개봉
2003 대한민국

 

 

 

기덕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볼 때마다 찝찝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의 제목에서는 사이클의 느낌이 난다. 제목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지만 제목의 마지막에 ‘그리고 봄’이 붙음으로 해서 사실은 이 영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의 무한한 고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연찮게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주제로 생각하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여기)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 제목은 단순히 계절을 뜻하기 보다는 인간의 인생 전체를 뜻할 것이라고 추측 했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체념과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반복되는 우리의 인생, 그리고 정해진 운명을 인간의 뜻으로는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이 안 좋은 소녀를 절에 두고 가는 엄마는 젊은 중이 있는 것을 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했을까? 예측을 했음에도 딸을 두고 간 엄마와, 예측을 했음에도 눈을 감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노승. 젊은 중과 소녀가 배 위에서 사랑을 나누기 전에 검은 고무신에 물이 차 있고 그 안에 물고기 두 마리가 있는 장면이 나온다. 노승이 둘을 벌하기 위해 배의 밑에 구멍을 뚫어서 물이 들어오게 하는데 그 때의 젊은 중과 소녀의 모습이 꼭 검은 고무신 안의 두 마리의 물고기 같았다는 말이지. 한정된 공간에서 있는 남과 여, 필연적으로 관계가 이루어지지만 그것도 결국은 고무신 안에 갇힌 물고기와 같은 운명이라는 것 자유로워 보이지만 결국은 운명에 따라 일어난 일이라는 것. 그래서 젊은 중이 노승에게 사과를 하자 노승은 ‘저절로 일어난 일이니라’라고 말한다. 또한 떠나가는 젊은 중을 잡지도 않는다.

은 중은 장년이 되어 돌아오고 그 사이에 노승은 다비식을 하고 이미 세상에 없다. 젊은 중은 노승의 서랍에서 무술을 수련하는 서적을 발견하고 스스로 수련을 하기 시작한다. 거대한 사이클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사실 노승은 젊은 중이고, 젊은 중은 새롭게 오게된 동자승이다. 그들은 모두 동일한 인물이며 거대한 순환에 따라 시간을 따라 살아갈 뿐이다. 노승은 형사들이 총으로도 맞추지 못한 캔을 돌로 던져 한 번에 맞출만큼 무술에 능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중이 살인을 하고 절로 도망을 와 무술을 수련하는 장면은 노승 또한 젊은 시절 나쁜 짓을 하고 속세를 떠나 수양을 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은 중이 이제 노승이 되어 절을 지키고, 어느날 여자가 어린 아이 한 명을 데리고 온다. 이 영화가 말하는 거대한 순환고리를 이어가려면 절에 새로운 아이가 오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얼굴에 천을 덮어 쓴 여자의 얼굴이 궁금해 젊은 중은 그것을 벗기려 하고, 그 순간 여자는 젊은 중의 손을 잡아 제지 시킨다. 그런데 그 여자의 정체가 부처였다니!!! 아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 할 필요도 없이 아이는 새롭게 올 것이고,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는 것을 받아 들이라는 감독의 메시지이다. 어릴 때 물고기, 개구리, 뱀의 몸에 돌을 묶어 괴로워하는 동물들을 보며 즐거워 했던 젊은 중. 새로운 동자승은 역시나 물고기, 개구리, 뱀의 입에 돌을 넣는 장난을 치며 즐거워 한다.

간이 성숙해지며 자신을 반성하고 수양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 없이 새롭게 인간은 태어나며 미성숙한 상태를 유지하고, 그것 때문에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체념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의 모습을 담담하게, 너무도 서정적인 화면으로 그리고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