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배우들을 보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다. 많은 듣보잡 배우들이 주연급이 되는 모습들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버3’에 출연한 송강호처럼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듣보잡 시절 배우의 모습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인기가 올라 유명해진 배우를 보고, ‘아~ 예전 그 영화에 나왔던 조연이 그 배우였구나.’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듣보잡에서 인지도가 올라간 배우들이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여러 명이다.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연기의 두각을 드러내고, 점차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그 이전에는 ‘최종병기 활’에서 인상만 쓰면서 계속해서 주인공을 놓치는 청나라 장수로 약간의 인상을 남겼을 뿐이다. 유해진 역시 웬만한 한국영화에는 모두 출연하며, 전형적인 깡패, 양아치 역할을 도맡아 왔다. 유해진이 김혜수와 사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유해진의 높아진 위상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김인권 역시 주연이나 핵심 조연을 맡기 시작했는데, ‘말죽거리 잔혹사’의 찍새가 김인권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진웅과 마동석은 어떤가. 내 기억 속에 ‘퍼펙트 게임’에 출연한 두 사람은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얼굴에, 두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조연만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자신감이 붙은 두사람은 뭔가 달라진 모습이다. ‘끝까지 간다’에서 조진웅은 임팩트 있는 등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었고, ‘군도’에서 마동석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런 수많은 경우에서 나는 공통점을 발견하였고, 이런 현상들이 영화계 뿐 아니라 어떤 인더스트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이 인지도를 올리고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다. 낙숫물이 돌을 뚫듯이 이들은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십 년 이상을 기다렸다. 이들이 보낸 시간에는 인내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간과 인내심에 더해서 필수적인 요소는 끊임없는 노출이다. 어떤 영화, 어떤 역할이든 끊임없이 스크린에 자신들의 얼굴을 비추었다는 것은 경력의 연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끊임없이 노출을 했다는 것은 애초에 그들이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거나 발전시켜 왔다는 뜻이고, 그만큼 노력을 지속했다는 뜻이다. 이런 요소들이 시간을 타고 흐르면, 개인의 경력이 생기고, 이는 곧 ‘브랜드’가 된다. 어떠한 인더스트리도 그다지 풀(Pool)이 크지가 않다. 업계가 좁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직업군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이 말은 재능이 있는 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장시간 노력을 하면, 반드시 눈에 띄게 된다는 말이다. 내가 ‘낭중지추’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