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가서 새벽 6시에 혼자 사진 활동을 했더니 리프레쉬가 좀 된 상태네요.

오늘 소개드릴 놈은 포베온 센서입니다.

카메라에 관심이 없으면 들어본 적이 없으실 확률이 높습니다.

포베온 센서는 시그마 카메라에 쓰이는 특별한 센서입니다.

역시 카메라에 관심이 없으셨다면 ‘시그마에서 카메라도 만들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포베온이 왜 물건이냐 하면…

보통 필름에 해당되는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는 픽셀로 이루어집니다.

몇 천만 화소할 때 그 화소가 픽셀이죠.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는 픽셀 하나에 RGB(빨강/초록/파랑) 값중 하나의 정보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는 받아들인 값들을 대충(은 아니고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합치죠.

이를 보간법(interpolation)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색상이 ‘정확’하지가 않게 됩니다.

화소가 높을 수록 보간법을 사용하면 색이 대충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정확한 색을 애초에 받아들인게 아니죠.

 

포베온 센서는 픽셀 하나에 RGB 값을 동시에 받아들입니다.

이건 필름 입자 하나에 RGB 정보가 같이 들어가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센서를 파고 들어갈 빛만 충분하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컬러를 뿜어냅니다.

반대로 RGB 모두를 기록해야 하는데, 빛이 불충분한 상태라면 구리구리한 화질을 보여주게 되죠.

이래서 포베온은 풍부한 주광 아래서 최강자, 실내에서는 가방 안에 숨겨야 하는 카메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저는 카메라를 4대 운용중인데요.

가장 가격이 나가고 최신 기종은 소니 A9입니다.

그런데 이 놈은 그냥 동체 추적이 빨라서 애들 찍을 때만 사용합니다.

다음 카메라는 리코 GR3입니다.

이 카메라는 휴대폰보다 작은 크기로 출퇴근시에 들고 다니면서 놓치지 않고 싶은 장면들을 잡아내죠.

리코 GR3 사용기

 

그리고 나머지 2대가 시그마 카메라입니다.

하나는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DSLR SD1 Merrill이고, 나머지 하나가 DP2 Merrill입니다.

둘 다 센서는 동일하고, 앞에 놈은 렌즈교환식이고, 뒤에 놈은 렌즈 일체형으로 컴팩트 사이즈입니다.

포베온을 품은 시그마는 주광에서의 화질만을 택하고, 나머지 모든 것을 버린 극단적인 카메라입니다.

배터리, 촬영 나갈 때 3개는 챙겨야 그럭저럭 찍을만하고, 초점 속도는… 움직이는걸 찍을 생각을 해선 안됩니다.

그리고 한 번 촬영하고 그 사진을 다시 보려하면 20초 가량을 기다려야 비로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전용 편집툴인 SPP로 사진을 열어보면 렌더링에 5초 이상 걸리죠.

 

이 모든걸 감안하고… 제가 각 잡고 작품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메인으로 들고 나가는게 시그마 카메라입니다.

제가 흑백사진 찍는걸 좋아하는데, 흑백으로 각이 안나오는 풍경이 있어요.

흑백으로 바꿨을 때 명암 대비가 안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숲이라든가… 또는 숲이라든가……

이런 장면에서는 잎과 가지의 디테일이 살아야 하고, 색의 그라데이션이 제대로 살아나야 합니다.

 

요즘 최신 미러리스로 찍어도 시그마의 디테일과 색을 따라오지를 못합니다.

물론 채도(Saturation)를 라이트룸에서 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올린 색은 뭔가 어색합니다.

색이 과도하게 튀는 느낌으로 되어 버리죠.

 

애초에 제대로 정확한 RGB 값을 받아들인 포베온 센서는 다릅니다.

색이 Vivid한데 그게 불편하지가 않아요.

느림의 미학을 느끼고 싶은 분은 포베온 센서를 한 번 사용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아… 절 원망하지는 마세요. 열에 아홉은 멍청한 기계 성능에 적응하지 못하고 되파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오늘 새벽에 찍은 숲 사진을 보여 드리며 포베온 뽐뿌를 마무리 합니다.

(과연 뽐뿌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