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원래 쓰고 있었던 키보드는 리얼포스 차등식 무접점 키보드였는데, 석사 때 코딩을 너무 많이 하던 시절 손목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서 거금을 주고 구입을 한 놈이었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었고, 무접점 방식은 손목에 피로도도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키보드를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최근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겨서 원목 책상도 새로 하나 맞추고, 책장도 정리하고, 서재에 식물도 들여놓으며 방을 꾸미고 있었다. 그런데 딱 하나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책상위에 컴퓨터 두 대가 있는 것이 공간을 너무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아이맥이 버티고 있고, 윈도우 PC를 거의 쓰지 않지만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이 놈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에 윈도우 PC를 바꾸면서 일체형으로 사서 본체가 자리를 그리 많이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툭 튀어 나오는 키보드 두 개는 책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키보드를 사게 된 건 어떻게 보면 우연이었다. 회사에 개발자들이 쓰던 키보드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레오폴드의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무접점만 사용해 봐서 기계식 키보드의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시험 삼아 갈축을 쳐 본 순간 깜짝 놀랐다. 따각거리는 그 경쾌한 리듬감을 느끼며 글을 쓰면 내가 톨스토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고, 코딩을 하면 주커버그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기계식 키보드를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인테리어 고민을 해봤는데, 결국 책상 위에 키보드가 두 개 올려진 상황을 해결하려면 무선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녹색창에 ‘무선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라고 검색을 하고 나서 키크론 K1이라는 키보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물건을 살 때 인터넷의 웬만한 자료는 다 찾아보는데 이 키보드는 킥스타터에서 모금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용화가 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시점에 내가 우연히 기계식 키보드를 보게 되고, 인테리어까지 하게 된 것은 우연이지만 필연같은 것이었다.

키크론 키보드를 검색하면서 K2 모델이 있는 것도 봤지만, 이 모델은 87키 모델 밖에 없어서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키보드를 집에서 한 대만 쓴다면 키패드가 없는 것은 생각보다 더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다. 주식 정보를 기록할 때는 숫자 키패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키크론 K1 모델 중에 숫자 키패드가 있는 104키 모델을 선택하였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이 놈은 나의 상황에 완벽한 키보드였다.

  1. 무선이기 때문에 책상 위가 키보드 케이블로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2. 기계식 특유의 쫀득거리는 타이핑 느낌이 있다.
  3. 윈도우와 맥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이 놈은 간단한 버튼 클릭으로 양쪽을 지원한다.

이 키보드는 최대 3개의 기기까지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다. Fn키와 숫자 1,2,3번을 누르면 설정해 둔 기기로 빠르게 전환된다. 나는 1번은 아이맥, 2번은 윈도우 PC, 3번을 내 스마트폰으로 설정해 두었다. 이런 신통방통한 키보드가 있다니 정말 기술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글을 너무 쓰고 싶어지는 타이핑 감이라 키보드의 리뷰를 쓰면서 키보드를 마음껏 느끼고 있다.

아래는 내가 경건하게 애국가를 타이핑 하는 영상이다. 타이핑 소리를 대략 느껴볼 수는 있겠지만 실제 소리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도 구매 전에 봤던 영상에서와 실제로 타이핑 했을 때의 소리는 다르게 느꼈다)

다음 영상은 15가지의 패턴으로 불이 들어오는건데, 왜 있는 기능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밝은 곳에서 칠 때는 딱히 표가 나지도 않고, 불을 꺼야만 보이는데… 뭐 클럽에서 키보드를 칠 것도 아니고 말이지.

내가 주커버그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커맨드센터의 실용성, 해처리의 경제성, 넥서스의 예술성이 생각나는... 필요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냥 멋있어!!!

그럼 카페를 리뷰하는 것처럼 장점과 단점으로 마무리 하겠다.

총평 ★★★★★

무선에 기계식이며, 맥과 윈도우를 동시에 지원한다는 것만으로 최고의 키보드

장점

  • 그리 높지 않은 높이의 황축이 들어가 있고 타이핑 감이 충분히 기계식 다운 맛이 있다.
  • 블루투스를 통해 최대 3개의 기기를 지원하고 키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무선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데 손색이 없었다)
  • 간단한 키 입력을 통해 3개의 기기 간 전환이 가능하다
  • 무선이라 키보드 케이블이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단점

  • 키가 지나치게 플랫하여 손가락이 제 위치게 고정되는 느낌이 덜하다
  • 키보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접었다 폈다 하는 그 숏다리가 없어서 눕혀놓은 채로만 사용해야 한다
  • 라이트를 켜고 사용했을 때 생각보다 사용시간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