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장에서 하는 업무 외에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원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왜 나는 결국 즐겁지 않은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선, 내가 특정 활동을 하는 동기가 있을 것이다. 동기는 외적동기와 내적동기로 나누어진다. 외적동기는 명성(F)과 돈(M)을 얻기 위함이고, 내적동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N), 단순한 즐거움(P), 배우고자 하는 흥미(I)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럼 각각의 취미가 어떤 동기에 의해 시작되었는지 먼저 정리해 보자.

  • 블로그 글쓰기 – F, M, P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개인 브랜딩에 대한 욕심과 함께, 정말 트래픽이 많이 늘어나면 애드센스로 부수익을 꽤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와 함께 글을 쓰는 자체도 즐기기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한다.
  • 사진 찍기 – F, M, P
    사진을 찍는 것도 블로그와 마찬가지다. 사진으로 명성을 얻고 싶은 욕심과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역시 사진을 찍는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
  • 유튜브 채널 운영 – F, M, N, P
    블로그와 비슷하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브랜딩을 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새로운 동영상 매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나는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즐겁기도 했다.
  • 머신러닝 공부 – F, M, N, I
    머신러닝을 공부하면서 명성과 돈에 대한 일말의 기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배우고 싶은 흥미가 생겼다.
  • 앱 개발 – F, M, P, I
    멋진 앱을 만들어 명성과 돈을 쥐는 기대를 했고, 개발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다.
  • 스타크래프트 – P
    이건 단순히 즐거워서 하는거였군
  • 골프 – N, I
    이건 새로 배워서 좀 더 잘하고 싶은 생각에… 스윙도 잘 못하는 시점에 골프 자체가 딱히 즐거운건 아닌 것 같다.
  • 당구 – P
    당구도 역시 그냥 즐거워서 하는 취미였구만…

위에서 분류한대로라면, 내가 순수한 내적동기만으로 하는 활동은 스타크래프트, 골프, 당구 밖에 없다. 그래서 이 항목들만 진정한 취미인가 잠깐 생각해 보았지만, 내적동기가 하나라도 포함되었다면 그건 취미로 보는게 합당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위의 모든 항목들을 내 취미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하긴 내적동기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 외의 활동을 할 이유는 없을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종류별로 취미를 구분해 보았으니, 이제 왜 나는 취미생활을 통해 행복해질 수 없는지 분석해 보겠다.

나를 특정 활동으로 이끄는 동기들이, 내가 원하는 상태로 달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 동기별로 어떻게 성취하지 못하는지를 정리해보자.

  • 명성과 돈
    취미로 명성을 높이지도 못했고, (모든 분야에서 난 듣보잡이다)
    돈을 크게 벌지도 못했다. (사진책을 내서 번 돈, 사진 공모전을 통해 받은 돈이 있지만 딱히 내세울만한 금액은 아니다) 결국 나의 외적동기는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 새로움
    새로움에 반해 관심을 가진 활동들은 얼마가지 않아 질린다. 나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반면 빨리 질리는 편이다. 이 상태가 되면 새로움이 주는 가치는 사라진다.
  • 즐거움
    초반의 즐거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집착으로 변한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마음으로 하다가 꾸준히 하다보면 승률에 집착하게 되고, 이 상태에서 패배가 늘어나면 온갖 번뇌가 쌓이게 된다. 당구는 꾸준히 즐길 상황이 아니라 집착하는 단계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 배움에 대한 흥미
    머신러닝을 공부하다 보면, 선형대수나 통계적으로 깊이 들어가는 부분이 나온다. 쓸만한 데이터를 찾아내는 것, 정제하는 것, 적절한 알고리즘을 선택하는 것, 적절한 파라미터를 튜닝하는 것 등등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앱개발도 마찬가지다. 구글링을 하면 소스코드가 통째로 나오기는 하지만, 컴포넌트들을 예쁘게 만들어 내는 것은 많은 공부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처음에 흥미를 느끼는 것들이 생각보다 더 마스터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사실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내가 취미를 시작하는 모든 동기들은 통곡의 벽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나는 해당 활동을 멈춘다. 꾸준함과 끈기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더 이상 나의 실력은 늘지 않는다. 그럼 뭔가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는데, 짜증이 나는 순간 취미는 이미 취미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꾸준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옥죄는 것도 취미를 대하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 활동을 멈춘 후 한참 지나면 나의 동기들은 다시 스물스물 올라온다. 그러면 다시 취미를 즐기는 초기과정부터 무한루프를 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함 없이 하고 싶을 때 그냥 툭 할 수 있는게 취미일까. 아니면 취미도 꾸준히 해야 하는걸까. 뭐든 잘하고 싶은데, 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평생을 어중이 떠중이처럼 적당히만 잘하는 일들을 가지고 찝찝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