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에 내가 접하게 된 것이 조엘 그린블라트의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마법공식이라는 것을 소개한다. 마법공식은 자본수익률이 좋은 기업을 순위대로 줄을 세우고, 이익수익률이 좋은 기업을 또 순위대로 세운다. 그리고 각 기업의 순위를 더해 최종 순위가 높은 기업들이 ‘저평가 우량주’라는 조건에 맞아 들어가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주식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자본수익률은 동일한 이익을 내는데 얼마만큼의 자본으로 냈느냐 하는 것이다. 100원의 자본으로 100원의 이익을 낸 회사보다, 10원의 자본으로 100원의 이익을 낸 회사가 자본수익률이 좋은 것이다. 이익수익률은 현재 기업의 주가에 비해 얼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마법공식에서 제시하는 개념은 ‘저평가 우량주를 골라내는 방법’, ‘종목 분산을 통한 포트폴리오 구성’, ‘매수와 매도시점을 분산하여 리스크 완화’하는 개념이다. 백테스트를 해봤더니 마법공식을 사용하면 연평균 수익율(CARG)이 20%에 가까웠다고 한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내가 저지른 실수는 여러가지였다. 저 백테스트라는 것의 신빙성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백테스트는 과거의 데이터에 진행된 테스트이므로 미래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어떤 방법론이 효과가 있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방법을 쓰게 되고, 그로 인해 해당 방법의 알파가 사라지게 된다.

나는 마법공식이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 굳게 믿고, 한국의 주식들을 마법공식에 따라 선별해 줄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는 ‘한국 마법공식’으로 검색하면 누구나 발견하게 될 셀프펀드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매주 한국 주식 종목중 마법공식에 따라 순위를 선별해 준다.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한 달에 투자할 금액을 정해두고 순위에 따라 1,2,3 순위의 주식을 1/3씩 매수하면 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90만원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면, 1,2,3순위의 주식을 각각 30만원씩 매수하는 것이다. 그 다음달에도 가장 순위가 높은 주식 세 종목을 매수하는데, 1,2,3위에 지난달과 겹치는 종목이 있다면 그 다음 높은 순위의 종목을 중복없이 매수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시점에서의 ‘저평가 우량주’를 매수하고, 중복없이 1년에 36개의 종목을 보유하게 된다. 13개월째가 되면 좀 복잡해지는데, 1개월째에 샀던 세 개의 종목을 무조건 매도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 가장 높은 순위인 세 종목을 다시 매수한다. 결국 36종목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 해서 종목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고, 끊임없는 순환 매수/매도를 함으로써 투자의 시점에서 오는 위험도 분산시킨다는 것이 포인트다.

2015년 9월부터 나는 이 방식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이 방식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였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사람이 계속해서 지속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중간에 손실이 나기도 하고, 수익이 나기도 할텐데 감정에 얽매여 팔거나 사지 않고, 정말 시스템대로 한 달에 한 번씩만 매수와 매도를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나는 INTJ 답게 철저히 시스템대로 시행했다. 처음에는 90만원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보험을 해지한 것이 있어 투자금을 조금 더 늘렸다. 시장이 안 좋은 시점에 투자금을 늘려 결국 1년차가 끝나고 나는 16%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1년차를 마치고 내가 선택한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약 6천원대로 매수했던 유니테스트는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1년 후 매도 시점에 수익을 주었다
하이닉스 역시 내가 매수한 시점부터 끝없이 상승하며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다

내가 일 년 동안 이 방식으로 투자를 하며 느낀 것은 뜻밖의 수익에 따른 기쁨보다, 개별종목을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하는 점이다. 내가 하이닉스를 공식에 따라 매수할 시점에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반도체는 다 망한다고 떠들어 대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중국 반도체의 품질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급상승 했다.

또 인상적이었던 종목은 디에스케이라는 종목이었다. 대주주가 바뀌면서 이 종목은 연속 3일 상한가를 쳤다. 나는 이것이 종종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후 상한가를 맞아본 것도 2~3번 정도 밖에 없는 것 같다. 디에스케이는 중간에 400% 정도까지 수익이 났었지만, 난 규칙을 지켜서 정확히 일 년 후에 매도했고 240% 정도의 수익을 맛보았다. 이 종목이 3연속 상한가를 칠 때는 장이 시작되자마자 상한가로 종료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나처럼 미리 들어가 있지 않고서야 개인이 그 흐름을 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3연벙... 아니 3연상한가를 친 디에스케이의 추억

이런 경험들로 나는 이 방식에 점차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이 방식에서는 손절과 익절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한 종목이 상장 폐지가 되어 0원이 된다 해도 그건 전체 36종목 중 약 2.7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종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상승하는데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36종목이 만들어 내는 평균 수익은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이다. 디에스케이가 400%까지 상승하는 것을 목격한 나로서는 믿을 수 밖에 없는 기적의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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