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는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본질적인 모습이 있을테고, 남이 나를 인식하는 사회적인 모습이 있을 것이다. 나의 내면은 행동이나 말, 또는 외모적인 특성으로 표출되고, 그것을 타인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에 이 중 하나만이 ‘진짜’ 나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인간 세상의 관계성을 생각할 때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나의 모습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타인이 인식하는 나의 모습은 권력관계에서 좀 더 민감하게 드러난다. 내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타인들이 평가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의 크기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 이유는 타인이 나의 힘을 평가하는 정도에 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나의 영향력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자아와 타인

나의 여러 자아

영화 ‘토르’의 초반부는 나에게 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영화 초반에 아스가르드의 용사들이 나왔을 때의 장면은 멋진 토르와 그 외의 여러분이었다. 특히 로키는 전혀 특이할 만한 점이 없는 소심한 겁쟁이 같은 외모라 주목하지 않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로키가 후속작에서 영향력 있는 ‘악당’이 될 것이라 생각조차 못했다. 다시 말해 로키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토르와 아이들 시절

그런데 로키가 자신의 욕망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로키는 욕망했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악행을 시작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가 ‘일행1’에서 ‘로키’로 변한 것은 그에게는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것은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아이1’이었던 양현석이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YG의 사장이 된 것과 같은 일이다. 또는 마른 몸의 숀 마이클스가 바버샵 쇼에서 로커스동료였던 마티 제너티에게 스윗친 뮤직을 날린 후 WWE 최고의 섹시보이로 성장을 한 것과도 비견된다.

내가 생각하는 숀마이클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욕망은 스스로 통제하는 한 나쁘지 않다. 오히려 욕망하지 않는 삶은 죽어있는 삶이다. 로키는 항상 욕망하고 있었고, 결국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다. 그 보상으로 그는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게 되었다. 연예인들에게 있어서 악플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이라고 한다. 악플은 그나마 사람들의 관심을 보여주지만, 무플은 관심을 가질 그 누군가가 아예 없다는 뜻이다. 인간은 그렇게 타인의 관심을 갈구한다. 정치인들 역시 잊혀지기 보다는, 막말을 쏟아내며 욕을 먹는 편을 택한다. 그러고 보면 존재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구는 쉽게 잠재울 수 없어보인다. 존재감이란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나를 받아들이는 관점이라는 점에서 존재감을 키우기는 더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감을 가지고 싶어하며, 존재감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뛰어난 일을 이루어 명성을 얻는 것은 쉽지 않고, 명성을 쌓아 존재감을 가지는 것은 더 어렵다. 악행을 행하는 것은 명성을 쌓는 것보다는 쉽다. 엽기적인 악행일 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는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다 보니 존재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수많은 인간들이 악행을 통해 존재감을 수월하게 어필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나쁘다. 악행을 통해서라도 존재감을 가지는 것이 그 다음이다. 가장 좋은 것은 지속적인 명성을 쌓아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다.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자. 흑화되지 말고.